아사.
나는 네 엄마가 정말 싫었어. 죽었는데도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사실에도 진절머리가 나.
그래서 네가 언니의 친딸이든 아니든 너에게 특별한 감정은 들지 않아. 길 가다 스치는 모르는 아이한테보다. 근데.
너는, 열다섯 짜리 아이는 이런 추악한 곳에 어울리지 않아. 적어도 난 그렇단 걸 알고 있어. 더 아름다운 걸 누려야 마땅해.
네가 잘 곳은 언제랑 똑같아. 거기밖에 없어. 방은 늘 너저분하고. 난 대체로 기분이 안 좋고, 널 사랑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몰라. 하지만 난 절대 너를 짓밟지 않을 거야. 그래도 좋으면 내일도 모레도 우리 집으로 돌아와.
"…'누구를 위해' 같은 걸 물어보는 사람의 행동이념은 남을 위해서인 건가? …만약 네가 그렇다면 이건 마음을 꺾기 위해서 하는 소리가 아냐. 누구를 위해 뭘 한다 해도,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은 결코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대부분의 행동은 결실을 맺지 못해. 감사도 없거니와 보답도 없어."
"와, 진짜~. 프로 소설가 주제에…. 뭐랄까… 비관적? 그런 느낌이 들어."
"설득력 있잖아. 근데 뭐,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하니까 존귀한 거라고도 생각해."
"…알아요. 안다기보다 사실 모르지만, 알아요. 뭐랄까, …알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하― 이렇게 잔소리 많은 어른들이 잔뜩 있으니, 전 행복한 사람일까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시점에서 행복한 건 아닌 걸까요?"
"…인과관계는 부정할 수 없지만 병렬해서 언급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아―, 정말 정론만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건 어렵습니다."
…아사. …있고 싶은 만큼 여기 있어도 돼. …내가 싫어지면 두 번 다시 안 와도 되고, 몇 년이든… 원한다면 평생 나한테 연락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언제든 여기 돌아와서 지내도 되고, 이대로 평생 여기 있어도 돼.
난 늘 기분이 별로고, 방은 너저분하고, 요리는 매번 그게 그거지만 그래도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돼.
이렇게 말하면 꼭 행복해야만 할 것 같네. 가끔은 불행해도 돼.
나는 네 엄마가 정말 싫었어. 죽었는데도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사실에도 진절머리가 나.
그래서 네가 언니의 친딸이든 아니든 너에게 특별한 감정은 들지 않아. 길 가다 스치는 모르는 아이한테보다. 근데.
너는, 열다섯 짜리 아이는 이런 추악한 곳에 어울리지 않아. 적어도 난 그렇단 걸 알고 있어. 더 아름다운 걸 누려야 마땅해.
네가 잘 곳은 언제랑 똑같아. 거기밖에 없어. 방은 늘 너저분하고. 난 대체로 기분이 안 좋고, 널 사랑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몰라. 하지만 난 절대 너를 짓밟지 않을 거야. 그래도 좋으면 내일도 모레도 우리 집으로 돌아와.
"…거짓말. 내가 뭐라고 했는데?"
"비밀."
"과거 완료형."
"…그건, '사랑할 수 없다'는 뜻?"
"…응. 아마 그렇겠지…."
"…서로 이해할 수 없는데도?"
"응. 이해할 수 없으니까."
나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호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나를 자기 집에 데리고 왔으면서 혼자 있고 싶어 했다. 내 감정이 나만의 것이듯 그녀의 감정 또한 그녀만의 것이었다. 별개의 인간이었다.
…그렇게, 키운 거겠지….
"―아무도 몰라."
엄마에게도 엄마의, 엄마만의 분노 고독 갈등이 있었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은 커다란 구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작업이었고, 그 구멍 바닥에는 '사실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하는 괴물스러운 공포가 잠들어 있었다.
"…그건, 영원한 명제지!"
"와, 진짜~. 프로 소설가 주제에…. 뭐랄까… 비관적? 그런 느낌이 들어."
"설득력 있잖아. 근데 뭐,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하니까 존귀한 거라고도 생각해."
"에헤헤헤헤. 진짜?!"
"…좀 더 천천히, 좀 더 천천히 커도 돼."
…흔들리니까 이러지 마….
더 나중에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최근에 들었어.
마음만을 그 자리에 내려둔 채 어른이 되는 게 두려웠다.
잃게 될 걸 알면서도 사랑한다거나, 죽게 될 걸 알아도 사는 그런 거.
…아닌가. 그것도 전부… 우리는 미래를 향해 움직일 수밖에 없겠다.
언제 잊을 수 있어?
…내 일방적인 상상이지만 상상하기가 쉬워졌어.
하지만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공포를 이겨내는 행위 아닌가.
"…궤도를 이탈해도 원망 안 해."
"그 한 마디를 보태고 마는 공포를 극복해, 넌."
내가,
내가 언니의 소중한 그 아이를 소중히 여겨도 될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라고,
저는 생각해요.
"…인과관계는 부정할 수 없지만 병렬해서 언급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아―, 정말 정론만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여기 돌아와서 지내도 되고, 이대로 평생 여기 있어도 돼.
난 늘 기분이 별로고, 방은 너저분하고, 요리는 매번 그게 그거지만 그래도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돼.
이렇게 말하면 꼭 행복해야만 할 것 같네. 가끔은 불행해도 돼.
"……그런 말로는 부족해."
"부족해."
"…부족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