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따박따박2024-08-01 18:29



"그, 그런 인생… 두렵지 않나요?"
"두렵다. 하지만 두렵지 않은 인생이란 본질이 결여된 것."
08.01 18:29

―미안한 얘기지만, 이 세상은 바보 천지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첫머리에 내가 서 있었다. 진정한 나는 '청렴'하지도 '총명'하지도 '겸허'하지도 '유력'하지도 않고, '무례'하고 '오만'하며 '경솔'하고 '무력'한즉―
그리하여 지금부터, 지구를 움직일 것이다.
08.01 18:29

"적이 만만치 않을걸요. 당신들이 상대하는 건 내가 아닙니다. 이단자도 아니죠. 일종의 상상력이자 호기심이며, 일탈, 타자이면서 외부……… 결국, 그것은 지성입니다. 그것은 돌림병처럼 증식해요. 숙주조차 제어할 수 없죠. 일개 조직이 길들일 수 있을 만큼 귀염성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럼 승리하는 건 자네인가? 이 선택이… 자네의 미래에 있어 '정답'이라고 생각하나?"
"그야 오답이겠죠. 하지만 오답이 무의미한 건 아닙니다."
08.01 18:29

"영문도 모를 것에 열중해서 목숨마저 내던지다니, 그런 상태를 '광기'라고 부른다는 걸 모르겠나?!"
"맞아요. 하지만 그런 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08.01 18:29

헌데 사태를 이해하고 있나 모르겠군. 오늘밤, 자네들은 이제부터 잠시 동안 아마 인생 최초로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에 도전할 권리를 얻은 걸세.
08.01 18:30

역사가 자네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 부탁하네.
08.01 18:30

두번째는 첫번째를 전부 무시하고, 이 세계에 기대를 거는 거야.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 눈으로 하늘을 봐주게.
08.01 18:30

"…이, 인생이 바뀔 만한 물건이 있나요?"
"아니, 아니야… 이건, 우주가 바뀌겠군."
08.01 18:30

그러니 저는 신과 진리를 위해서라면 물러서고 싶지 않아요.
재능도 발전도 인생도 여차할 때 물러나면 끝장이에요.
08.01 18:30

…콜베 씨의 선의에는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좋은지를 알려주셨죠.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저는,
이 세계 안에서 적절히 움직이는 것보다 이 세계 자체를 움직이고 싶은데, 그건 너무 무모할까요?
08.01 18:30

"그럼 만약 …축적된 연구를 한순간에 부정하는 힘이 있어서 개인의 처지나 신념을 가볍게 뛰어넘고, 궁극적으로 무자비하며 바로 그 까닭에 평등한, 그러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 그것은… 진리다."
08.01 18:30

주님,
제가 맞을지도 모릅니다.
08.01 18:30

"그 자세를 연구에 채택해버리면 우리는 목표로 삼을 절대 진리를 포기하는 셈이 되네. 그리고 학자는 영원한 미완성의 바다를 표류하게 되겠지. 그 비극을, 우리더러 받아들이란 말인가?"
"네. 그래도, 오류를 영원한 정답이라 맹신하는 것보다 낫지 않나요?"
08.01 18:30

"잘 풀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무척 낮지."
"그거 멋진데요. 죽기 전에 기대를 거는 보람이 있겠어요."
08.01 18:31

"이로써 우리도 지옥의 입구에 서게 됐지."
"아뇨, 천계의 입구죠."
08.01 18:31

"우리의 원수는 하찮은 범죄자가 아니야. 자네가 놓아준 게 전 인류의 원수일지도 모른단 말일세."
"…그렇대도, '네 원수를 사랑하라'."
08.01 18:31

당신들은 '오늘 이곳에 이 책을 회수하러' 왔죠. 나는 관계가 없고. 하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오늘 이곳에 운명을 바꾸러' 왔어요.
08.01 18:31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 나도 사람을 몇이나 죽였지. 확실히 진리를 방패 삼아 폭력은 가속화 될 수 있어. 어쩌면 나는 지동설이라는 권위를 맹신하고, 부하들은 생각을 멈춘 채 나를 따르는 것 뿐일지도 모르지. 더 슬픈 건, 그 흐름은 어느 정도 필연적인 일이라는 거야. 무언가를 근거 삼지 않으면 논리를 세울 수 없는 인간 이성의 본질적인 한계로서, 사고를 하는 과정에서 권위가 생겨나기에 누구도 그 틀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지도 몰라. 그런 상황에서 발동이 걸린 열정이 폭주라고도 할 수 있는 궤적을 거쳐 때로는 아름다운 위업을, 때로는 추한 비극을 낳지."
"……당신이 하는 일이 비극이 아니라는 근거는 있나요?"
"내가 도달한 곳에는 자유가 있다고 믿으니까."
"자유의 정의가 뭔가요?"
"그렇게 물을 수 있는 것."
08.01 18:31

"…그래도, 신념을 잊으면 사람은 헤매게 돼요."
"헤매도 돼. 방황 속에 분명 윤리가 있을 테니."
08.01 18:31

"너무 유치하네요."
"그래. 그러니 당신이 뛰어넘어봐."
08.01 18:31

자네가 달아나게.
우리가 지키겠다.
08.01 18:31

다른 곳에서 태어났더라면,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다양한 가능성이 있었겠지.
하지만 그럴 순 없어.
그게 운명이라는 거야.
08.01 18:31

"괜찮습니다."
"어째서."
"저는 환영이니 받을 수가 없고, 게다가 그건 이미 저만의 것이 아니거든요."
08.01 18:31

저는 같은 사상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보다 같은 시대에 태어나는 것이 더욱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감정과 이치에 거부당한다 해도, 이렇게 믿고 싶군요.
지금, 때마침 여기에서 살았던 모든 이는 설사 서로 죽일 만큼 미워하더라도 같은 시대를 만든 동료라는 기분이 듭니다.
08.01 18:32

지식이 사람이나 사회에 쓸모가 있어야만 한다는 발상은 쓰레기야.
알고 싶으니까 하는 거지. 그게 다야.
08.01 18:32

―선생님, 저도 타우마제인을 느낍니다. 그것을 계속 긍정할 겁니다. 당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의심하면서 나아가고, 믿으면서 되돌아와 아름다움에, 찬란함에 다가가 보이겠습니다.
08.01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