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7
따박따박2024-04-08 22:15



젠에게,
당신이 「문명」을 그만두게 하지 않았다면
이 중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04.08 22:22

이쯤에서 사고 실험을 한번 해 보기로 하자. 여러분이 잠자리에 들면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죽는다. 당신은 죽고 내일 아침부터 다른 사람이 당신의 삶을 대신 산다. 그는 여러분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모든 희망, 꿈, 두려움, 소망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이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당신의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전날 밤 잠자리에 들었던 그가 아니다. 당신은 겨우 오늘 아침부터 존재했을 뿐이고 오늘 밤 눈을 감을 때까지만 존재한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삶에서 실제적으로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달라진 점을 눈치챌 수는 있을까?
04.08 22:22

하지만 지금 내가 죽고 나면, 재생 탱크에서 나올 또 다른 나는 없을 것이다. 다른 나는 이미 이곳에 있고, 외모는 똑같을지 모르지만, 에잇은 확실히 나를 잇는 존재가 아니다.
04.08 22:22

“내가 화가 난 이유는 내 삶이 엉망진창이기 때문이야. 숙취에 시달리는 느낌으로 보존액이 덕지덕지 붙은 채로 잠에서 깰 때마다, 나한테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건 아는데,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그 일이 다시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기억이 안 나. 그럴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면 나샤와 너를 믿을 수밖에 없어. 나 혼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할 방법이 없으니, 너희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그런데 네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거짓말을 적어도 한 번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제 나는 네가 여태 몇 번이나 거짓말을 했을지 생각하게 된다고. 알아들었어?”
04.08 22:22

“저 밝은 부분이 키루나겠네요, 그렇죠?” 내가 말했다.
“맞아요. 거기 출신인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울처럼 비치는 헬멧 가리개 때문에 보이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알아들은 듯했다.
“그런데 영영 떠나려고 하는군요.”
04.08 22:22

나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내뱉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눌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얼어붙은 채 몸을 달달 떨며 자리에 서 있었고, 젬마가 다가와 버너를 내 머리에서 멀리 치워 주었다.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축하해요. 오늘부로 공식적으로 미키1이 되었어요.”
04.08 22:23

항성 간 이동에서 가장 중요한 공식이 있다. 운동에너지는 물체의 질량 곱하기 물체 가속도의 제곱과 같다. 이동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한 것도 이 공식 때문이다. 에덴의 정의는 감속할 때 발생하는 불꽃에 뒤통수를 맞았다. 총알 작전은 감속할 필요가 없어서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었다. 물체가 0.97c의 속도로 이동할 때, 행성 하나를 달걀 쪼개듯 터뜨리는 데 필요한 질량은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빛의 속도로 다가오는 공격을 방어할 방법은 없고, 물체가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광파는 물체가 도착하기 몇 분의 1초 전에 도착하기 때문에 공격이 오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총알 작전은 대략 1조 분의 1초 만에 골트의 생태계에 핵융합 폭탄 20만 개를 쐈을 때와 맞먹는 효과를 냈다.
그리고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04.08 22:23

물론, 거의 언제나 누군가는 죽는다.
하지만 그게 꼭 우리라는 법은 없다.
04.08 22:23

[Mickey8]: 네가 본질이야?
04.08 22:23

그가 물었다. “이게 끝인가, 아니면 시작인가?”
나는 모닥불에서 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말을 할 수 있네?”
“항상 할 수 있었어. 네가 이해를 못 했지.”
04.08 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