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정말 너무 재밌다
95년도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세련됐고 보면서 전혀 '올드하다'는 느낌을 못 받음
정말 너무 재밌다... 이렇게 재밌는 영화가 있다니...
추격씬에서 범인이 밀스를 죽이지 않았을 때부터 '차례가 아니라는' 생각을 받긴 했는데, 결말이 굉장히 암울해서 여러 번 보기는 좀 힘들 것 같다. 픽션에 감정이 소모된다는 건 정말 좋지 않은 신호이지만, 그만큼 몰입감 있게 봤다는 거겠지
이야기도 그렇지만 배우의 연기도 정말 좋다. 밀스 역할 배우인 브래드 피트가 존 도를 쏘고 연행 당하면서 짓는 표정이 정말 압권이다. 허망해 보이는 표정이 인상 깊게 남는다.
내가 3자의 시점으로 보는 두 시간은 짧은 시간이지만, 영화 내에서 일주일은 그보다 더 짧게 느껴진다. 밀스가 이 도시에 오기를 선택하며, 이 일이 알려지고 끝나기까지 고작 일주일이었다니... 처음엔 전개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당연한 거다. 살인은 나를 기다려줄 필요가 없다.
서머셋이 마지막 도시에 남기를 선택하는 장면까지 완벽했다. 인공적인 빛을 거의 쓰지 않아 화면이 어두울 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면이 칙칙한 것은 절대 아니다. 미장센까지 꼼꼼하게 챙겨뒀다... ㅁㅊ 시대를 아우르는 명작이란 건 분명 이런 거겠지?
이런 천재적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대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네?"
"애들 말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34년 동안 한 번도 없었네. 세 번 정도 총을 사용할 기회는 있었지만, 방아쇠를 당긴 적은 없지. 한 번도. 자네는?"
"맞은 적은 없지만, 쏴본 적은 있어요. 딱 한 번."
"그래?"
"첫 사건 때였죠. 2팀이었는데, 신참 시절이라 많이 긴장했어요. 어쨌든 마약쟁이를 잡으러 문을 부수고 들어갔는데 놈이 총을 쏘아대는 거예요. 경찰 하나가 팔에 총을 맞았죠. 이름이 뭐였더라? 휙 돌더군요. 꼭 느린 동작 같았어요. 생생히 기억해요. 구급차에 태웠지만, 죽고 말았죠. 그 자리에서요. …제기랄, 이름이 뭐였더라?"
"이 한심한…."
"……돈 좀 남았어요?"
"선배님도 남들과 다를 건 없잖아요."
"내가 언제 다르다고 했나?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어. 나도 동감해. 완전히 동감하지. 무관심이 답이라는 걸…. 삶을 헤쳐나가는 것보다 마약에 의지해버리는 편이 쉽지."
"네."
"힘들게 버는 것보다 훔치는 게 더 쉽고."
"그렇죠."
"애를 키우는 건 어렵지만, 때리는 건 쉽지. 사랑하려면 노력이 필요하고 공을 들여야 해."
"신은 항상 예상을 뛰어넘지."
"근처에 있겠죠. 멀리 안 가요."